[칼럼] 일 제약산업에 뒤져 있지만 아쉬울 것도 없다

메이저 리그(MLB)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류현진 선수의 경기를 TV중계로 지켜보는 게 매우 즐겁다. 근육질의 타자들을 요리조리 요리한 끝에 승리 투수가 되고나면, 그의 평균자책점(ERA)이 얼마나 내려갔는지, 최고 투수만 받는다는 사이영 상에 몇 걸음 더 다가섰는지 가늠해보며 여운을 헤멘다. 에비앙 챔피언십이나 위민스 브리티시 오픈에서 한국 골프여제들의 활약상을 보는 것 도 흥미롭다. 리더보드 상단을 점령한 한국 선수 이름을 보면 왠지 자랑스럽다. 소위 '국뽕'은 아니고 인지상정이라 해 두겠다.

이들은 직업 선수다. 평생 매일 매순간 노심초사하며 살아낸 결과로 이룬 직장인 수입의 수 십배, 혹은 수 백배를 단기간 벌어들인 사람들이다. PGA에서 활동하는 필 미켈슨의 티셔츠에 적힌 '워크 데이(Work day)' 때문이 아니더라도 이들은 엄연한 자영업자들이다. 그들에게 야구장과 골프장은 일터다. 한국 선수들의 맹활약이 반갑지만, 이들이 국가를 대표한 선수들은 아니다. 그러니 이들이 펼치는 경기도 국가 대항전이 아니다. 설사 국가 대항전이라도 딱히 달라질 것은 없다. 이들을 굳이 색다르게 표현해 본다면 '자유무역질서' 위에서 피어난 꽃들쯤 되겠다.

입술에 자유무역을 붙이고 다니는 듯 행세했던 일본 아베 내각이 백색국가리스트에서 얼토당토않게 한국을 제외한 것을 계기로 '대한민국 제약산업'을 들여다 보고 미래를 생각해 본다. 화이트리스트 제외로부터 우리 제약바이오산업은 어떤 어려움을 겪게 될까. 결론부터 말해 일부 의약품 생산장비나 미생물 전략물자를 제외하면 딱히 영향이 없다. 김성기 산업통상자원부 바이오융합산업 과장은 2일 "바이오 분야는 우리가 파악한 바로는 바이오의약품 생산장비와 미생물 전략물자 외에는 비교적 다른 산업군에 비해 대응해 나가기 쉬운 편"이라고 말했다. 이 참에 정부도 제약바이오산업을 애정어린 눈으로다시보기를 희망한다.

100년이 조금넘는 역사를 지닌 우리 제약바이오산업은 그동안 눈부시게 발전해 왔다. 그 나름 문제를 유발하기도 하지만, 고품질 의약품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이로 인해 자국 기업들이 생산한 의약품으로 꽤 많은 질병을 치료하는 나라 가운데 한 곳이 됐다. 제약산업은 어느 새 국민산업으로 우뚝 자라나 일자리를 제공하는 중요한 산업으로 부상했다. 이 뿐인가. 일본 아베 내각의 망동에도 의약주권이 흔들리지 않을만큼 역량도 깊어졌다. 일본 의약품이 아니더라도 대체제는 차고 넘치지만 말이다. 1990년대부터 형편에 맞게, 그러나 쉬지 않고 시작한 신약개발 R&D도 성과를 내 30개의 국산 신약을 선보였다.

그렇다 하더라도 현재 스펙으로 보면 일본 제약산업이 우리 산업보다 상당히 앞서가는 것은 사실이다. 매출 규모에서 제일 크다는 유한양행보다 큰 제약회사가 23개나 되고, 샤이어처럼 명성있는 기업을 M&A할 수 있는 다케다가 있다. 한 우물을 파는 연구자들이 많고, 그 결과로 기초과학마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벨상 시상식 즈음이면 일본을 배우자는 오래된 이야기들은 춤을 춘다.   

이 같은 상황은 지속되기만 할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는 제약바이오종사자들의 이야기에 필자도 동의한다. 역동성 측면에서 일본보다 우리가 훨씬 앞서기 때문이다. 원전 붕괴의 후쿠시마 쌀로 만든 김밥이 편의점에서 팔린다는 보도에도 침묵할만큼 죽은 사회가 어떻게 혁신을 잉태할 수 있단 말인가. 상상조차 안되는 일이지만 우리 같았으면 난리가 나도 몇 번은 날 사안이다. 같은 맥락에서 4차 산업혁명의 총아라는 인공지능(AI) 신약개발 조차 정부가 멱살잡아 끌고 가려는 나라가 일본이고, 의약품 수출로 돈은 벌면서도 외국 신약에 대해서는 배타적으로 대하는 사회가 일본이다. 

다시 2019년 대한민국의 제약바이오 생태계를 본다. 정부가 바이오헬스산업을 국가 3대 중점사업으로 선정한데다, 바이오벤처들은 물론 제약회사, 벤처캐피칼, 대학까지 온 나라가 신약개발 생태계를 조성하고 그 일원으로써 각자 올인하고 있다. 우리의 힘이 이런데 있다. 굵직한 기술수출도 일상화됐다. '역동적이고 개방적인 대한민국 바이오제약인들'은 오픈 이노베이션과 글로벌 네트워킹에 매우 능동적이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총아라는 제약바이오산업에 더 적합하다. 제약바이오 생태계 일원들이 춤출 수 있게 무대(인프라)를 설치해주면 스스로의 흥으로 인류문명에 기여하는 치료제를 내놓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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