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매 거래비중 40.5%, 2010년보다 5%늘어
'규제→폐지→규제→폐지'...해법은 업계의 몫

2018년 의약품 도매유통사는 2615곳으로 나타났다. 허가상 수치가 아니라 실제 영업실적이 있는 도매유통사들 수효다. 도매허가를 취득한 제약사들과 수입사들도 상당하지만 제외된 것이다. 지금 이들은 콩나물시루 같은 도매유통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17년에는 2354곳이었다. 작년 1년 새 261곳 늘어났다. 재작년에도 공교롭게 261곳이 증가됐다. 2008년은 1383곳이었다. 10년 만에 거의 2배 가까운 89.1%나 증가됐다. 머지않아 한계가 닥칠 텐데, 그땐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극일(over-Japan)을 하려면, 일본을 알아야 한다. 우리 한국(2016년 314,536억 원)보다 의약품 도매유통시장 규모가 훨씬 더 큰 일본(2016년 985,878억 원)은, 업체 수효가 1973년 797처로 많았지만 2017년 62처까지 줄었는데, 우리는 반대로 2008년 1383곳에서 작년 2615곳으로 늘어났다.

업체수가 적은 것이 좋을까? 아니면 그 수효가 많은 것이 더 좋을까? 업계의 선택은 자유지만 득실은 클 것 같다. 

근자 어떤 '오피니언리더(opinion leader)'가, 일본에도 통계에 잡히지 않은 의약품 도매유통사들이 2000~3000 곳이나 된다고 했지만, 어떤 근거와 무슨 의도에서 그리 말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여하튼 분명하고 중요한 건, 일본은 업체가 797곳에서 62곳으로까지 감소됐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왜 줄이는 방법을 선택했을까?

2018년 의약품 도매유통시장 규모는 총 35조8567억 원으로 나타났다. 2017년 32조4110억 원보다 10.6% 증가됐다. 이중 도매유통업계가 요양기관(약국과 의료기관)에 공급한 의약품은 24조3509억 원으로 요양기관 시장의 89.6%를 차지한다.

'도·도매 거래' 즉 도매와 도매 간 거래 실적은 16조7715억 원으로 밝혀졌다. 도매유통시장(41조3796억 원)의 40.5%나 된다. 2010년 35.5%보다 5% 증가됐다.

여기서 의아하게 생각될 부분이 있다. 같은 도매유통 시장인데 앞의 '35조~원'은 무엇이고 뒤의 41조~원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그 차이는 도매상 분류의 '다름' 때문이다. 이들 통계치의 근거인 심평원의 '2018 완제의약품유통정보통계집'을 보면, '35조~원'은 전업(專業) 도매업체가 공급한 총 금액(42쪽 주석)이고, '41조~원'은 전업 도매업체의 실적에다 제조·수입사가 도매업을 병행한 경우 공급한 품목에 대해 자사·타사 제품 여부 및 허가(신고)정보 등을 감안하여 도매상 공급 분으로 분류·처리된 금액이 가산된 것(45쪽 주석)으로 돼있다.

아무튼, 이 도·도매 거래는 불가피한 것으로 생각되지만 업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표라는 점에서, 도매유통업계는 필히 이를 유념할 필요가 있다.

도매를 통한 의약품 '유통 일원화'의 이론적 근거인 '총거래발생건수 최소화의 원리'는 ▲제약업체의 수효보다 도매유통업체의 수효가 적고 ▲2~3차 등의 도·도매 거래가 없는 '제약→도매→요양기관'이라는 한번(1차)의 도매경로를 전제로 하고 있는데, 도·도매 거래금액이 저렇듯 많고 비중이 높다는 것은 유통일원화 근거 이론의 성립 전제 조건에 부합되지 않는 것이어서, 도매유통업계의 유통일원화 주장이 타당성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매출은 대형과 소형 간에 심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연매출 1000억 원 이상의 대형 도매유통사들은 68곳으로 전체 도매유통사 2615곳의 2.6%에 불과했지만, 이들 매출액은 20조8562억 원으로 전체의 58.2%나 됐다. 이들 도매유통사들 중 개별 최대 매출액은 1조5768억 원이었다.

이에 대해, 연매출 25억 원 미만의 소형 도매유통사들은 전체 업체 중 51.8%인 1353곳으로, 유통시장의 절반이상인데도, 매출액(1조2609억 원) 점유율은 3.5%에 지나지 않았다. 연매출 5억 원 미만의 소형 도매유통사들도 490곳이나 됐다. 매출액 비중은 0.3%, 업체별 평균 매출액은 2억 원이었다.

이렇듯, 의약품 도매유통시장에는 연 매출 1조5768억 원과 2억 원의 유통사들 그리고 그 사이의 수많은 유통사들이 공존하고 있다. 때문에 유통 단계가 비효율적으로 길어지고, 마진과 가격 및 대금결제 그리고 담보 등의 거래조건이 경쟁관계와 맞물려 복잡다단하다. 이러한 점 등이 주변의 도매유통업계에 대한 곱지 않은 시각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 추세라면, 올해 업체 수는 3000곳 안팎까지 늘어날 것 같다. 전례를 보면, 머지않아 연구·용역기관과 당국 및 국회 등 어디에선가 또 심각한 '진입 규제' 얘기가 나올 법하다.

그러나 아무리 정책 효과가 있었다 해도 종전과 같은 제도적 시행착오는 더 이상 범하지 안 했으면 한다. 만약 이번에 3번째 규제를 한다 해도 금방 민원이 빗발쳐 규제가 바로 철회될 것이 빤하기 때문이다. 규제하고(1982년 창고 15평→80평) 풀고(2000년 규제 폐지), 다시 규제하고(2011년 창고 80평 부활) 또 풀었다(2015년 창고 50평으로 완화). 1차 규제는 정부당국이, 2차 규제는 국회가 했는데, 푼 쪽은 2번 다 '업계' 쪽이었던 전력(前歷)이 있지 않은가.

따라서 이제 업체 수효와 규모 등의 문제는 도매유통업계 스스로가 자체적으로 풀어야 할 일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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