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은 이해하기 힘들다", 약사회 "상징적 · 제도변화 요구 취지"

정해인이 출연한 드라마와 일부 약국, 의약품 배송 차량에는 공통적으로 '전문의약품은 공공재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와 스티커가 부착됐다.

지난 4일 방송된 MBC 드라마 '봄밤' 27-28화 방영 분 갈무리,극 중 배우 정해인이 약사 유지호 역할로 등장한다.?"전문의약품은 공공재입니다"라는 슬로건이 약국 계산대 앞에 부착되어 있다.
지난 달 4일 방송된 MBC 드라마 '봄밤' 27-28화 방영 분 갈무리,
극 중 배우 정해인이 약사 유지호 역할로 등장한다. 
"전문의약품은 공공재입니다"라는 슬로건이 약국 계산대 앞에 부착되어 있다.

김대업 대한약사회장은 지난 3월 취임할 당시부터 '전문의약품은 공공재입니다'를 언급해왔다.

의약품 배송 차량에도"전문의약품은 공공재입니다" 슬로건이 부착됐다.
의약품 배송 차량에도
"전문의약품은 공공재입니다" 슬로건이 부착됐다.

전문약은 건보재정으로 생산과 유통, 공급 중이므로 약국만의 부담이 아닌 공공성 강화와 사회적 책임부담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이후 대한약사회는 지난 6월 상임이사회에서 "전문의약품의 공공재적 성격 관련 약사 정책을 대국민에 홍보하겠다"고 논의한 바 있다. 정책 포스터를 전국 회원 약국에 배포하고, 약사를 주인공으로 방영 중인 MBC 드라마 '봄밤'에도 이를 노출했다.

안내 공문, 정책 포스터, 설명자료, 드라마 포스터 등 4종을 배포했고 한국 의약품유통협회와 공조를 통해 전국 의약품 배송 차량 3000여 대에 동일한 포스터를 붙였다.

당시 김대업 회장은 이사회에서 "약사는 주문하는 품목과 양을 결정할 수도 없고 국가가 정한 가격으로 구입해 처방에 의해서만 조제되는 전문의약품으로 인해 불용재고 개봉의약품과 품절약 문제, 카드 수수료 문제, 과세기준과 과징금 산정기준 문제 등 약국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너무 크다"고 했다.

이어 김 회장은 "수령한 포스터를 반드시 부착해 약국을 찾는 국민들이 전문약의 공공재적 성격에 관해 관심을 갖고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약사사회를 비롯한 약업계에서는 '전문의약품은 공공재입니다'라는 슬로건에 대해 생각이 다양했다. 

"의약품 배송 차량에 붙은 것을 보고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는가?", "전문약이라는 개념도 어려운데 공공재는 말이 전달되나", "정말 전문약이 공공재냐"는 이야기들이었다.

이에 대해 약사회 관계자는 "이 슬로건을 홍보하는 이유, 첫째는 보건의료 정책 입안자와 관계자 등이다. 이들에게 공공재에 대한 인식을 주려 했다. 이후 일반 국민들에게 공감을 얻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회원 약사들도 슬로건이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유통협회와 의약품 배송 차량 관련 공조를 논의할 때는 국민들의 눈길을 잡도록, 일부 홍보 효과를 기대했다"며 "'전문의약품은 공공재입니다'에 설명을 하는 것보다, 상징적 메시지로 받아들이길 바랐다"고 덧붙였다.

대한약사회(회장 김대업)는 회관 2층 사무국 입구에 ‘전문의약품은 공공재입니다.’ 문구를 담은 보드를 설치했다.
대한약사회(회장 김대업)는 회관 2층 사무국 입구에
‘전문의약품은 공공재입니다.’ 문구를 담은 보드를 설치했다.

하지만 약업계 관계자는 "슬로건의 취지는 종사자라서 알겠지만, 국민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본다"며 "약사회가 정책적 제안을 펼치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국민들이 알 만큼 전문약은 공공재라고 주장하는 활동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약국가와 유통협회가 뜻을 함께한다는 상징적 차원에서 부착했지만, 약사회 내부에서도 슬로건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안다"며 "드라마와 차량 부착이 실효가 있는지 의문이며, 이 측면으로도 약사회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일부 대형 의약품 유통업체가 약사회와 유통협회의 요청으로 차량에 슬로건을 부착, 운영 중이다. 부산 지역 의약품 유통업체인 복산 나이스는 지난달 사내·외 공간과 배송 차량에 붙인 사실을 알렸다. 

복산 나이스 관계자는 "자사가 주관하지는 않았지만, 전사적으로 이 부분을 인식하자는 점이 있어 직원들이 이용하는 엘리베이터, 식당 그리고 의약품 배송 차량에도 붙였다"고 했다. 

복산 나이스처럼 일부 업체가 동참하지만, 업계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정도로 국민과 대중을 대상으로 '전문의약품은 공공재입니다'라는 슬로건 인식 운동이 진행되는지에 대한 여부는 의문점으로 남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약사는 "전문약은 공공재임을 강조해 약사가 불합리하게 겪는 불용재고 문제를 공론화하고, 약사나 약국의 역할을 공공으로 확대하고자 하는 부분을 공감하고 이해한다"며 "하지만 약국의 공공적 역할에 대한 홍보 없이 전문약은 공공재라는 홍보는 고객에게 닿기 어렵다"고 했다.

전문의약품은 공공재입니다 슬로건

이어 이 약사는 "약국의 다양한 공적 역할이 있는데 전문약은 공공재라는 슬로건으로 인해 약국와 약사의 범위가 좁아졌다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특히 업의 핵심과 약사 · 약국이 존재하는 이유는 '사람'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대중이 약사와 약국의 존재로 어떤 편익을 얻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그 후 슬로건이 나와야 한다"며 "현재 약사와 약국에 대해 고객이 가장 기대하는 역할은 무엇인지 약사회 집행부가 고민해 그것을 꿰뚫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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