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hit| 바이오벤처 업계는 대중과 어떻게 소통하고 있나

뉴진.

제약·바이오 관계자들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유전자(new gene)’을 생각하실 겁니다. 대중들은 어떨까요? 아토피를 심하게 앓고 있는 동생. 저에게 매일 스테로이드 연고에 대해 묻는 동생에게 '뉴진'이 무슨 뜻인지 물었습니다. '새로운 청바지(new jean)'라는 예상치 못한 답변을 들었습니다.

동생의 답변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제약·바이오 소식을 전하며 과연 독자와 제대로 소통하고 있나? 내 기사를 읽는 독자가 비단 업계 종사자뿐일까? 제약·바이오에 관심 있는 개인 투자자 혹은 이 산업에 관심있는 독자들이 보기에 내 기사는 과연 친절했을까? 여러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사실 문과 출신으로 포진된 데스크로부터 제 기사는 상당히 불친절하다는 지적을 종종 받습니다.)

이런 고민과 함께 제약·바이오 업계 종사들의 소통 방식도 생각해 봤습니다. 그들이 내놓는 투자설명(IR) 자료와 인터뷰 장면들이 떠 올랐습니다.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바이오마커, tPA, 오토택신…

제 기사만큼이나 IR 자료는 전문용어 일색으로 대중에게 상당히 불친절합니다. 과연 개인 투자자가 이 자료를 보고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바이오벤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도 이런 불친절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몇몇 바이오벤처 대표들은 조사를 제외하고 거의 영어나 다름 없는 답변을 하기도 합니다. 학부에서 어렴풋이나마 생명공학의 맛을 봤기 때문에 별생각 없이 듣다가, 인터뷰 기사로 풀기 위해 머리가 지끈했던 순간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꼭 제약·바이오 산업을 매개로 대중과 소통해야 하는지 의문이 드는 업계 관계자분도 계실겁니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바이오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특정 산업을 지원해 주겠다는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국민들이 바이오 산업의 중요성을 알아야, 자신들이 낸 세금을 특정 사업을 육성하는 데 거부감이 없겠죠. 또 바이오 분야에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려면, 이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개인 투자가 모이는 것도 업계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일 것입니다. 대중이 이 산업을 이해하는 것은 앞으로 더욱 필요할 것입니다.

(위부터) 천종식 천랩 대표의 한겨례 연재 콘텐츠, 한국바이오협회 유튜브 콘텐츠 '초바상'[출처= 한겨례, 한국바이오협회]

업계 종사자 분들이 대중과 소통을 활발히 하고 있는 사례도 있습니다. 황주리 한국바이오협회 홍보팀 팀장은 김지현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책임연구원과 함께 ‘초바상(초보자를 위한 바이오 상식)’이라는 유튜브 콘텐츠를 기획 중입니다. 올해 하반기 중으로 ▲프로바이오틱스, 프리바이오틱스, 심바이오틱스 ▲어쩌면 오가노이드, 쥐를 대체하라! ▲GMO 옥수수, 먹야야돼, 말아야 돼를 주제로 다룰 예정이라고 합니다. 경영학을 전공한 황 팀장은 바이오 분야를 잘 모르더라도 대중들이 친숙하게 이해할 수 있는 주제로 쉽게 다가가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습니다. 더 나아가 바이오 투자 생태계에 개인 투자자들도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더 많이 유입되길 바란다는 말도 했습니다.

천종식 천랩 대표가 한겨례 신문에 기고한 <천종식의 미생물 오디세이>도 자신의 사업 분야를 대중과 친숙하게 소통하는 좋은 사례입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이라는 전문 분야를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게 비유적으로 설명한 그의 글을 읽으며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미토콘드리아를 '세입자'로 비유하고,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 군집)'을 미생물 연합군으로 비유한 대목은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또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는 다이어트부터 암과 마이크로바이옴을 연결짓는 주제 선정도 탁월해 보였습니다.

얼마 전 인터뷰를 진행한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역시 '과학'을 매개로 대중과 소통하는 데 뛰어난 분입니다. 전문용어를 최대한 배제하고, 대중들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그의 능력은 책 곳곳에서도 나타납니다. 최근 <알쓸신잡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TV 프로그램에서 빛을 발했죠. 또 최근 히트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기술 자체보다 이 기술로 인해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변할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그의 소통 방식에 다시 한번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바이오헬스 산업이 3대 중점사업을 선정된 지금. 묻고 싶습니다. 과연  이 업계 종사들은 국민에게 제약·바이오 산업의 중요성을 전달하는 데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으신가요? 뉴진을 새로운 청바지라고 생각하는 대중과는 어떤 소통방식을 택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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