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물 안 의약업계, 현 몸집으론 '극일' 어려워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사태'로 발발된 일본 상품 불매운동과 시위가 들불처럼 타오르고 있다. 약사 사회도 이미 절반 이상이 불매운동을 독려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만약 일본과 무역 분쟁이 더욱 격화되고 장기전으로 간다면, 분명 의약품 시장에도 그 불길이 매섭게 번질 것 같다. 때문에 일본 관련 여러 제약사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다. 일제 36년의 낙인찍힌 굴욕과 처참함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다. 피맺힌 역사는 잊히지 않고 대를 이어 갈 것 같다. 일본은 날조된 '일본서기'와 아전인수 격으로 왜곡한 '광개토대왕 비문' 등을 근거로 그 옛날 가야시대에 우리나라에 임나부(任那府)를 설치해 200년간 통치했었다는 내용을 지금도 자랑스럽게 학생들에게 교육하고 있고,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분로꾸게이쬬(文?慶長)의 역(役, 전쟁)'이라 부르면서 우리 한국을 또 7년간 정복했다고 가르치고 있음을 새삼 유념하고 대비해야 할 것 같다.

일본은 세계 제2차 대전 이후 지금까지 75년 동안, 비굴하다는 자국 내 비판까지도 감수하며 어느 나라에도 어떤 경우에도 행하지 않았던 보복 조치를, 이번 우리 한국에 첫 번째로 취했다. 그것도 우리의 경제적 아킬레스건 중 가장 중요하고 치명적인 급소를 찔렀다. 우리 한국이 반발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배길 수 없도록 말이다.

왜 그랬을까? 그 숨은 의도는 과연 무엇일까. 이건 실수나 오판에서 나온 우발적인 일이 결코 아니라고 본다. 치밀하게 계산된 의도적인 조치라 생각된다. 일본이 앞 뒤를 못 잴 만큼 어리석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나 철저하고 영악스러운가.  

중차대한 국가적 외교방침까지 바꾼 이유의 이면에, 우리의 민족감정 폭발을 극대화시켜 그것을 역이용해, 지난 20여 년간 절치부심해온 그들의 소원이자 숙원인 '헌법 개정을 통한 전쟁이 가능한 나라로의 부활'이라는 '군국주의 포부'가 깔려 있음이 분명하다. 일본의 우리에 대한 수출 규제는 분명 일본도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볼 것으로 잘 알고 있을 테지만, 그 손해보다 우리의 민족 감정을 악용해 헌법을 개정하는 쪽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

지난 21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 여당과 내각이 '소비세 인상'과 '공적연금 불안감' 등으로 지지율이 크게 하락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타당하다고 보는 일본 국민들 대다수 여론에 힘입어, 반전되는 좋은 결과를 거두었다. 일본 집권자의 벼랑 끝 승부수가 통했다고 본다. 이제 일본 여당 등 개헌 찬성 파들은 앞으로 다른 견해를 가진 참의원 4표만 더 끌어들이면 소원대로 헌법을 바꿀 수 있게 됐다. 이를 본다면, 일본은 헌법이 개정될 때까지 우리 한국에 대한 물심양면의 충격 조치를 늦추지 않을 것 같다.
   
따라서 지금의 화두(과제)와 소명(召命)은 '극일(克日, over-Japan)'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본적으로 힘을 길러야 한다.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우리 한국의 각계각층, 각 분야 각 부문의 적어도 30%~50%가 일본을 이겨 뛰어넘고, 심각한 대(對) 일본 무역의존도를 하루 빨리 낮춰야 할 것 같다. 그렇지 못할 경우, 앞으로 일본의 도발 행위를 막을 수 없고 과거가 재판(再版)되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힘이 붙으면 꼭 주변국들에게 큰 사고를 쳐왔다. 이제까지의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불매운동과 시위 등은 불가피하지만, 이 방법으로는 우리의 노기(怒氣)가 아무리 강하게 표출되더라도 '극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갈수록 격해지고 있는 우리의 일본 타도가, 일본 국민들을 더더욱 똘똘 뭉치게 만들어, 군국주의 부활과 같은 불길한 전조(前兆)인 일본의 헌법 개정이 앞당겨지는 사태를 불러오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일본에는 우리 한국 최고의 제약사인 '유한양행'보다 매출이 더 많은 토종 제약사들이 23곳이나 포진해 있다. 또한 일본 1위 의약품 도매유통사인 '알후렛사'는 '지오영' 그룹 12곳 전체 매출보다 7배나 더 크다. 우리 한국의 의약품산업계는 앞으로 그들을 이겨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제약바이오업계와 의약품도매유통업계가 '극일'을 할 수 있고 생각한다.

다행히 최근 들어, 신약개발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기술수출 성과가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가 하면, 적지 않은 바이오벤처들이 분투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미래에 희망을 걸게 한다.

하지만, 이거 가지고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이라는 상대를 의식할 필요가 없다면야 물론 이 상태대로의 발전으로도 좋겠으나, 오늘의 일본 행태를 보면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가 일본의 그늘을 좀처럼 벗어날 수가 없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표]를 보면, 우리와 일본은 몸집부터 확연히 다르다. 제약바이오산업은 끊임없이 신약 연구개발을 해내야 경쟁우위의 성장 동력을 계속 확보할 수 있는데, 신약개발은 결국 '맷집(99.8%의 실패율을 견디는 힘)과 돈(연구개발비 투자비용)과 시간(신약성공 기간) 및 머리(연구개발 능력)의 싸움'으로 귀착되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앞서가고 있는 글로벌 제약바이오업체들은 지속적으로 덩치를 키워 왔다. 그 수단·방법은 물론 M&A다.

일본 1위 제약사인 '다케다'는 2018년 세계 22위 제약사인 아일랜드의 '샤이어(Shire)'를 무려 642억 달러를 주고 사들였다. 물경 71조원이나 된다(2018년 평균 환율 1$→1100.58원, 한은ECOS). 일거에 세계 10위 안의 초대형 제약사로 발돋움 했다.

2위 '아스텔라스'는 2005년4월 그 당시 일본 3위였던 '야마노우치'와 9위였던 '후지사와'의 합병으로 탄생됐다. 3위 '다이이찌산쿄'도 2005년9월 그 때 일본 2위 '산쿄(1899년 설립)'와 10위였던 '다이이치(1915년 설립)'가 만든 공동 지주회사를 통해 신생됐다. 이처럼 일본 제약업계는 M&A가 일상화 돼 있다.

'지오영'그룹 매출, 일본 1위 '알프렛사'의 7분의1

그런데 일본 의약품 도매유통업계의 M&A는 그런 제약업계보다도 한 수 위다. 능률적이고 효율적인, 규모의 경제를 철저하게 추구해 오고 있다. 일본 도매유통업계의 역사는 M&A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3년 797곳이었던 도매유통업체가, 대부분 M&A로 2017년 62곳으로 통합됐다. 그 결과 2016년 일본 10대 도매유통업체들의 의약품 유통시장 점유율이 93.6%나 됐다. 이에 비해, 우리 한국의 10대 도매유통사들은 지오영의 8.7% 기여에도 시장 비중이 23.4% 밖에 되지 않았다.  

물론, 가방(규모) 크다고 공부(수익성) 잘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한국이라는 '우물 안'에서, 경쟁은 심하지만 제네릭 만들고 유명한 외제약품 수입해다 팔면, 이익 내고 존경 받으며 함께하는 근로자들 채용 늘려 국가의 필요에 기여하고, 잘하면 기술수출 등으로 일확천금도 할 수 있는데, 왜 구태여 M&A가 필요할까 하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을 이기고(극일), 글로벌 제약사로 올라서겠다는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우물 안 사고(思考)'로는 안 된다. 덩치가 작으면 실패 한 방에 쓰러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연구개발 투자 자금 마련과 임상 실패 등을 견디면서 발전하려면 M&A를 통한 '몸집 키우기'는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생각된다. 즉 M&A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본다. 일본이나 그 이외 선진국의 '빅파마'들을 보면 그렇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는 그 M&A가 참 어렵고 잘 안 된다. 일본은 하는데 우리 한국은 왜 못할까. 오로지 내 것을 내가 하면서 피붙이에게 세습시키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 것 같다. 동업 기업문화는 우리 한국에서 발붙일 곳이 없나. 예컨대, 몸집이 큰 10대 제약사들끼리, A제약사가 B제약사를 흡수 합병하는 것이 아니라, A제약사와 B제약사가 공동(共同) 지주회사(持株會社)를 만들어 함께 경영한다. 이런 시나리오와 그 실현은 불가능한가.     

제약바이오업계가 굵직한 M&A를 못하거나 안할 경우, 그래도 먹고 살 수는 있겠지만 '극일'이나 '우뚝 선 글로벌 제약바이오사 배출'은 언제까지나 기대난망일 것 같다. 이제까지 역사를 보면, 남 탓 이전에 모든 게 내 탓이었다.

참고자료 : 일본 제약업계 및 도매유통업계 자료 : 藥事ハンドブック 연보 시리즈 (일본 じほう社)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