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규 대표, 혁신신약살롱 판교서 언급
BI 기술수출 계약 체결 히스토리 공유

이정규 대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브릿지바이오)는 지난 18일 최대 약 11억유로(약 1조46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베링거인겔하임과 체결했다.

파이프라인은 특발성 폐섬유증(IPF)을 포함하는 섬유화 간질성 폐질환 치료제 오토택신 저해제 계열 ‘BBT-877’이었다. 이 계약에 따라 브릿지바이오는 계약금(업프론트)과 단기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으로 4500만유로(약600억원)를 챙겼다.

또 향후 상업화 달성에 따라 11억유로와 별도로 최대 두 자릿수 로열티(경상기술료)도 받을 수 있게 된다. 악재가 겹치던 제약·바이오 업계에 오랜만에 들려온 기쁜 소식이었다.

특발성 폐섬유증 후보물질 BBT-877의 역사는 2012년 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 바이오기업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신약 발굴 단계에서 전임상 진입 후보물질을 확정했다(hit-to-lead). 이러한 연구내용을 바탕으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가 2017년 5월 전용실시권을 이전받아 전임상, 임상 개발을 진행해 올해 7월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 측은 올해 7월 말 임상 1상 투약 종료 예상된다고 밝혔다.

23일 판교삼양디스커버리센터에서 열린 '혁신신약살롱 판교'의 연자는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였다. 이 대표는 이날 살롱에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사업개발 사례’를 주제로 풀어냈다. 참석자들은 그에게 기술수출 준비 단계부터 이후의 상황까지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히트뉴스는 이날 '혁신신약살롱 판교'에서 나온 참석자들의 질문과 이 대표의 발표를 문답형식으로 정리했다.

-BBT-877보다 먼저 개발 중인 갈라파고스 사의 GLPG1690 대비 효과는 어떻나?

“아직 환자 대상 임상은 진행되지 않았다. 쥐(mouse) 모델 대상 BBT-877 전임상 효력 시험 결과, GLPG1690 대비 우수한 효과과 안전성이 나타났다. 전임상 효력 시험에서 블레오마이신 유도 폐질환 마우스 동물 모델에서 경쟁 약물과 비교해 병리학적 지표(애쉬크로프트 점수)와 바이오마커(콜라겐 침착도)에서 우수한 결과를 보여 계열 내 최고 의약품(best in class)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적응증을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이 아닌 IPF로 잡은 이유가 있나.

“우리 회사는 생명에 직접적으로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신약을 개발하자는 것이 목표다. NASH는 미충족 요구가 큰 질환군이지만, 생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질병은 아니다. 또 NASH는 이미 개발하고 있는 곳이 많아, 우리가 기술거래를 한다고 해도 제대로 된 값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협상 전략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해 준다면.

“이번 기술이전을 통해 재정(financial)을 극대화 하자는 전략을 초기부터 세웠다.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얻은 재정을 향후 다른 파이프라인(BBT-401 등)에 투자하고,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와 의미있는 수준의 재정적 이익을 공유하고 싶었다."

-기술이전 협상 과정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

“당시 LG화학에서 같이 일했던 이승주 박사(현재 오름테라퓨틱 대표)가 사노피 아시아연구소 헤드를 맡고 있었다. 레코켐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 역시 LG화학 출신이 다수 포진해 있었다. 연구 내용을 함께 토론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의 파이프라인은 어떻게 도입하게 됐나.

“당시 레고켐은 스몰 몰레큘(small molecule) 중심으로 연구를 하던 회사였다. 항체약물복합체(ADC)는 스몰 몰레큘 약물에 비해 개발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레고켐 역시 이 분야를 섣불리 뛰어드는데 걱정이 있었다. 구체적으로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계획승인(IND)까지 스몰 몰레큘이 약 50억원 정도가 들면, ADC는 약 100억원 이상이 든다. 우리 회사 역시 당시 BBT-401이 경쟁약물이 없는 상황에서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에 BBT-877(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한 파이프라인)을 도입하게 됐다."

-왜 BBT-877을 도입하게 됐나?

“전 세계 신약개발 트렌드를 살펴봤을 때, 몇몇 빅파마가 섬유화(fibrosis)에 관심은 있으나 섬유화와 관련된 약효를 검증한 데이터는 찾기 어려웠다. 2010년 중반에 섬유화 약제 파이프라인을 가진 빅파마는 BMS, 노바티스, 길리어드 정도였고, 이들 역시 오토택신을 주목하고 있었다. 실제로 BMS는 오토택신을 연구하는 회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토택신을 연구하면 실제 기술이전 거래(deal)가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와 경쟁약물인 갈라파고스의 약물이 임상 2a(피험자 23명) 데이터를 가지고 임상 2b상을 생략하고 곧바로 3상으로 가는 것을 포착했다. 이런 상황에 맞춰 임상 1상에 기술이전 거래를 하자는 내부 전략을 짰다. 물론 거래 당사자에게는 2a상까지 가겠다는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표출했다.”

-협상팀은 어떻게 꾸렸나?

“내부팀은 내가 총괄 지휘했고, 외부팀은 미국, 유럽 등 다양한 회사와 접촉할 수 있는 RM 글로벌 회사의 협상 전체 과정을 소통하며 진행했다. 이들과의 협력 덕분에 우리가 목표로 하는 대부분을 끌어 낼 수 있었고 투자계약상 주요 투자조건(텀싯)을 달성할 수 있었다.”

-임상 1상까지 진행하면서는 어떤 회사와 협력했나?

“2016년부터 협력해 오던 KCRN이라는 곳과 임상 1상을 수행했다. GMP 독성 데이터까지 얻는 데 약 7개월 가량 걸려 단기간 내에 임상을 진행할 수 있었다.”

-한국 바이오벤처에게 기술이전 계약과 관련해 조언해 준다면?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어떤 것을 달성하고 싶은지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 대부분의 한국 회사는 자신들이 잘 모르고 있고, 한국의 작은 회사라는 표현을 거래 당사자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표출하는 경향이 있다. 기죽을 필요 없다. 그들에게 원하는 바, 재정 상태, 타임라인 등을 명확히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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