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4-6 생산| 삼진제약 향남공장 김정일 상무

"제약사 생산 부서는 성실함이 최우선이며, 거짓말하면 안 됩니다"

삼진제약 김정일 공장장은 단호했다. 그의 원칙은 첫째도 성실, 둘째도 성실이었다. 약사 출신으로서 1988년 향남공장에 입사해 32년째 제약업계에 몸담아온 그의 인재상은 생각보다 매우 심플했다. 사실 '성실함'은 누구든 자기소개서에 한 번쯤 넣어봤을 법한 진부한 단어이다. 김 공장장이 추구하는 성실함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것일까. 그가 겪어본 바에 의하면 성실함을 갖춘 인재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이다. 

삼진제약 김정일 공장장
삼진제약 김정일 공장장

-취업 준비생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삼진제약 향남공장에서 공장을 관리하는 상무이사로, 1988년 약대를 졸업하고 바로 이 공장에 입사해 32년간 근무하고 있어요. 공장은 입사 후 7년가량 근무했으며, 이후 본사로 올라가서 수출, 개발, 마케팅, 홍보 등의 직무를 맡았습니다. 그러다가 작년에 공장장을 맡게 되면서 이 공장에 다시 오게 됐습니다"

-제약·바이오 산업을 선택한 계기가 있나요?

"약대 졸업 즈음 약국보다는 조직 생활이 더 나을 거 같다는 생각을 가지고 제약사 입사를 고민했어요. 마침 지인이 삼진제약을 좋게 소개한 덕분에 이 공장에 오게 됐습니다. 사실 저는 넥타이 매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공장에서 편하게 입고 사람들과 함께 부대끼면서 지내니까 좋았습니다. 또, 1988년에도 이 공장은 주5일 근무였어요. 임금 체불은 단 한 번도 없었고, 오후 3시에는 간식이 나왔죠. 좋은 선배들을 만나 함께 성장한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생산직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갖춰야 할 역량은 무엇인가요?

"성실함과 인간미입니다. 스펙만 화려한 건 선호하지 않아요. 여기 있는 직원 모두 같은 생각일 겁니다. 이곳은 제약 공장이기 때문에 항상 똑같은 품질의 똑같은 효과를 내는 약이 생산돼야 합니다. 이런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365일 눈이 오든 비가 오든 스케줄에 맞춰 반복 작업을 해야 해요. 이 과정에서 반복·지루함을 느낄 때도 있죠. 이 때문에 성실함이 더더욱 중요합니다" 

-제약사가 선호하는 인재상이 있나요?

"제약사, 특히 공장에서 일하려면 성실해야 하며 거짓말하면 안 됩니다.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해요. 누구나 일하다 보면 실수할 수 있어요. 물론 잘못을 인정하는 건 자존심이 상할 수 있으나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성실하게 일해야 해요. 거짓말을 하면 나중에는 너무 힘들어져요. 솔직해져야 합니다. 또, 신입사원은 초반에는 모르는 게 당연해요. 선배들에게 먼저 다가가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됩니다"

-향남공장에 입사했을 때 가장 먼저 맡게 된 업무는 무엇인가요?

"옛날에는 약이 든 포대 자루를 날랐어요. 쉽게 말하면 중국집에서 밀가루를 푼다고 생각하면 돼요. 원료평량실에서 원료를 나른 뒤 저울에 얹어 평량했어요. 평량실은 가루가 가득해서 마스크를 벗으면 금방 표시가 나죠. 저는 그렇게 시작했어요. 요즘은 좀 달라요. 안전이 최우선이죠. 처음에는 기계를 만지지 못하고, 선배들을 따라다니면서 하는 일을 지켜봐야 해요"

-지금 맡은 업무를 일과 형식으로 설명해주세요. 

"늦어도 5시 50분에는 나와야 해서 대개 5시 30분에 일어나요. 공장에 도착하면 7시 20분쯤 되는데 경비 아저씨와 인사하고 사무실에 들어옵니다. 전날 작업과 오늘 약속 등을 체크하고 컴퓨터 전원을 누른 뒤 보건의료전문지 사이트에 접속해 부고, 동정, 화촉, 인사 등의 기사를 읽어요. 그러다 보면 출근한 직원이 들어와서 저에게 인사합니다. 오늘 뭘 해야 하는지 얘기를 들으면서 커피를 한 잔 마십니다.

통근버스가 도착하고, 사내 방송에서 '오늘의 일과를 시작할 시작입니다'라는 메시지가 나오면 직원들이 업무를 시작해요. 저는 보고·전화를 받고, 현장도 들어갑니다. 점심시간이 되면 직원들과 모여 식사합니다. 업무를 하다말고 오후 3시가 되면 10분가량 휴식을 취합니다. 4시 45분에는 퇴근을 준비하는데 야근 계획서가 올라오면 체크합니다. 밤 9시에는 모든 업무가 끝납니다. 9시 30분쯤 퇴근하고 집에 가면 10시 30분이에요. 가는 동안에는 내일 아침 확인할 것들을 생각합니다.

일반 생산 직원의 경우 각자의 업무가 정해져 있어요. 게보린을 예로 들어볼게요. 원료를 평량하는 사람은 원료를 체크해서 내줍니다. 생산부는 원료를 받아서 과립 또는 혼합합니다. 기계를 준비해 원료를 투입하고 질 관리, 포장까지 마치는 데 1주일 내지 10일이 걸려요. 일 자체는 똑같아 보이지만, 상세 내용은 다 틀려요"

-업무를 수행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을 말씀해 주세요.

"항혈전제 특허소송에서 승소했을 때가 가장 좋았어요. 당시 대법원에 직접 갔는데 우리가 승소했다는 겁니다. 같이 간 친구와 눈을 마주하면서 꼭 끌어안았습니다. 결실을 본 거죠. 되게 기뻤습니다. 지금도 얘기하면 기분이 좋아요. 일하면서 처음으로 수출상을 탔을 때도 큰 보람을- 느꼈어요" 

-업무를 수행하면서 느끼는 고충은요? 이를 이겨낼 방법은 무엇이었나요?

"회사에 들어오면 누구든 자기 마음을 제대로 몰라주는 게 가장 섭섭할 겁니다. 나름 열심히 일하면서 회사가 추구하는 바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으면 언젠가는 자신에게 도움이 될 거예요. 또, 그걸 알아주는 건 선배 일이에요. 선배는 그 사람이 일한 것에 대해 객관적으로 살피고, '너 진짜 큰일을 했다'고 얘기해줘야 해요. 

한 번 쏜 화살이 다시 돌아오듯 일한 건 언젠가는 다 돌아옵니다. 잘 되면 좋게 돌아오지만, 감추고 잘못한 건 나쁘게 돌아오죠. 당장 모면한다고 거짓말을 한다던가 나쁜 짓을 하면 안 돼요.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다면, 당장 사과하고 바꾸면 돼요. 피하기보다는 고민하고 성장해야 합니다. 용기를 가지고 담대하게 부딪혀서 할 생각만 가진다면 어떤 일이든 해결됩니다"

-직장인으로서 제약·바이오 산업의 비전을 얘기해주세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제약산업은 진화하고 있어요. 자동화공장, 무인공장 등 여러 선진 기법으로 점차 발전하고 있지만, 그래도 사람이 가장 중요합니다. 극단적인 예로 생산 현장이 전부 자동화가 되어 로봇으로 대체되어도 그 로봇을 손볼 사람은 필요합니다. 사람은 항상 필요해요. 품질이 우수한 약 역시 사람이 만드는 겁니다. 

또, 우리나라 제약산업은 선진국과 견주어도 떨어지지 않아요. 차이가 있다면 선진국은 소품종·전문적이라면, 우리는 다품종을 하고 있죠. 이 같은 부분이 향후 개선되면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삼진제약 면접 응시자들을 위한 팁을 말해주세요

"면접 준비를 안 했는데도 준비했다고 거짓말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요. 그러면 안 돼요. 면접은 원래 긴장되는 자리에요. 물어봤을 때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고 얘기하면, 우리는 준비했을 만한 것을 물어봅니다. 면접을 보는데 어떤 분이 얘기를 잘하지 못하면, 우리는 그 사람이 잘 아는 내용을 물어봐요. 그러면 금방 답하죠. 그렇게 기회를 줍니다"

-끝으로 제약·바이오산업 취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요?

"자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한테 상대방을 맞추려 하지 말고 상대방에게 맞출 생각을 해야 해요. 개인 사업이 아닌 조직에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이타심을 발휘해야 해요. 바로 앞에 있는 나무를 보고 일하지 말고, 숲을 보면서 가야 해요. 후배들은 아직 시간이 많습니다. 길게 보고 가야 해요. 이 회사에서 경력을 쌓고 다른 곳에 가려 한다면 결코 일에 집중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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