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hit| 브릿지바이오 기술수출계약을 보고

거래소, 주관사·투자가와 함께 기술평가 토대 만들어야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이하 브릿지바이오)가 지난 주 베링거인겔하임과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번 계약을 계기로 브릿지바이오가 상장에 성공한다면, 한 기업에게는 축하할 일이겠지만 또 하나의 고민은 남습니다. NRDO 기업이 코스닥에 상장하려면 반드시 기술수출을 해야 한다는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브릿지바이오의 사업모델은 NRDO(No Research & Development Only)입니다. 쉽게 말해 연구(Research)는 하지 않고, 개발(Development)에 집중하는 사업 형태입니다. 국내에서는 신약개발에서 연구를 더 상위 가치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거꾸로 개발 전문회사를 낮게 보는 경향이 있죠. 뿐만 아니라 기술특례 상장에서도 파이프라인 중심으로 평가하는 측면이 있어서 NRDO 모델을 채택한 브릿지바이오는 번번히 상장 문턱을 넘지 못 했습니다. 몇 달 전 이정규 대표에게 현 국내 상장 환경에서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있느냐고 묻자, 기술이전 계약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전한 적도 있었습니다.

한국거래소가 NRDO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논의하기 앞서 미국의 환경을 살펴 보고자 합니다. 이미 우리보다 앞서 NRDO 사업 형태가 활발히 채택된 곳에서 NRDO 기업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살펴보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미국은 증권위원회(SEC)라는 곳이 한국거래소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SEC 역시 나스닥 상장 심사를 하는데, 심사 항목은 상장을 신청한 회사가 법 규정을 제대로 지켰는지를 주요 항목으로 다룹니다. 그 외 사업성은 주관사가 판단합니다. 가령 주관사는 그 기업의 가치를 판단해 주식 총량 등을 관리합니다. NRDO 기업이라고 해서 특별히 상장에 제약을 받는 환경은 아닙니다.

정리하자면 미국 증권위원회(국내 한국거래소 해당)는 기업이 사업을 수행하면서 법을 잘 준수했는지를 살펴보는 기능을 하고, 나머지 미래 사업적 가치는 주관사와 개인 투자자의 거래량에 따라 결정됩니다. 때문에 국내와 비교해 미국의 주관사는 기업의 사업성을 평가하는 역할이 큰 편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와는 조금 다른 행보를 보입니다. 미국의 증권위원회가 법 규정을 준수하는 테두리 내에서 주관사, 투자자의 자율적 거래를 장려한다면, 한국거래소는 ‘투자자 보호’ 측면이 더 강화돼 있습니다. 한국거래소는 개인 투자가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기업의 미래 사업 가치를 판단해 상장 기준을 세웁니다. 사실 한국거래소 역시 특정 상장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파이프라인’ 단위의 평가가 이뤄진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파이프라인 기준으로 기술특례상장을 해 왔던 거래소 입장에서 NRDO의 기술성을 평가하는 데 있어 큰 고민이 있었다고 합니다.

한국거래소가 ‘투자자 보호’ 측면으로 보수적으로 상장 기준을 세우는 것을 두고 무조건 비판할 수도 없습니다. 기술평가에 참여한 한 위원은 “국내 기평 기준으로 보면, NRDO를 평가하기 애매한 것은 사실이고, 거래소가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파이프라인 단위로 안정적인 기술력을 평가하는 것을 틀리다고 할 순 없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바이오벤처 회사가 지나치게 미래 가치만 강조하는 가운데, 한국거래소가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파이프라인 단위 기술을 평가해 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환경은 끊임없이 변하고, 우리는 변한 환경에 적응해야 합니다. 한국거래소가 초기에 주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파이프라인 단위로 기술 평가를 했던 시기로부터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NRDO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생겼고, ‘바이오벤처’라고 하면 의심 어린 눈초리로 보던 시기에서 이제 바이오벤처가 글로벌제약사와 파트너 관계를 맺는 단계까지 발전했습니다.

한국거래소 역시 변화한 환경에 기술평가를 하는 새로운 기준을 생각해 봐야 할 때입니다. 한국거래소가 무거운 짐을 주관사, 벤처캐피털과 나눠지는 것도 한 방편입니다. 미국의 주식시장 환경을 무조건 쫓아갈 필요는 없지만 최근 벤처캐피털이나 주관사에도 약사, 의사, 생명공학 출신 연구원들이 포진해 있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의 판단 역시 단순한 자본의 흐름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한국거래소, 주관사, 벤처캐피털이 유기적으로 기술 평가의 역할을 수행할 때, 보다 더 나은 상장 기준이 수립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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