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략적 신약개발 중요성 보여준 브릿지바이오

브릿지바이오 판교 본사에 이정규 대표의 자리는 단출하다. 이 자리보다, 사무실 근처 커피숍에서 일하기를 더 좋아한다.
브릿지바이오 판교 본사에 이정규 대표의 자리는 단출하다. 이 자리보다, 사무실 근처 커피숍에서 일하기를 더 좋아한다.

[사례 1-글로벌] 2015년 로슈는 미국 애드히론테라퓨틱스를 6600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애드히론의 유일한 파이프라인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물질(SDP051)로 2014년 임상1상을 마치고 임상 2상을 준비 중이었다. 애드히론은 2006년 제약사업가인 데이비드 카스탈리씨가 하버드대 마이클 브레너 박사와 데이비드 리 박사의 연구를 이전 받은 후 이를 의약품으로 개발하기 위해 이들과 함께 창업한 회사 시노벡스로부터 시작됐다. 2013년 애드히론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애드히론은 1인 창조기업에 가까운데, 이는 R&D 생산성 저하에 직면한 거대 제약회사들의 전략적 변화가 만든 토양에서 피어난 꽃들이다.(노용환 코반스 대표)

[사례 2-한국] 2019년 7월18일 바이오텍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대표 이정규)는 베링거인겔하임에게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 후보물질 'BBT-877'을 11억4500만 유로에 기술수출했다고 발표했다. 내용을 세분해보면 ▷계약금이 4500만 유로(한화 약 600억 원)에다 ▷임상개발, 허가 및 판매 마일스톤으로 최대 약 11억 유로(한화 1조4600억 원)다. 시리즈 C까지 투자받은 금액이 600억 원 규모에 불과한 브릿지바이오가 임직원 18명으로 창립 4년 만에 거둔 이 성과는 '신약개발에 관한 고전적 인식'을 뒤흔들어 놓았다. 특히 문제의 신약 후보물질은 레고켐바이오에서 총 300억원(계약금 20억 원, 마일스톤 280억 원)에 사온 것으로 '내 연구, 내 물건, 내 회사 등등 내 것만을 절대시하는 대한민국 신약개발 역사'에 새 전환점을 제시했다.  

두 사례에는 공통점이 있다. 데이비드 카스탈리와 이정규 대표 모두 직접 연구(Research)했거나 발견(Discovery)한 신약 후보물질로 대규모 거래를 성사시킨 게 아니라는 점이다. 둘은 모두 지식과 경험으로 닦은 밝은 눈으로 외부에서 '뭔가 되겠다 싶은 후보물질'을 들여다 개발단계를 높인 끝에,  좀더 신약에 좀더 가깝도록 가치를 높인 끝에 다국적 제약회사들을 매혹시켰다. 브릿지바이오의 사업모델은 NRDO(No Research & Development Only) 즉, 연구(Research)를 하지 않고, 개발(Development)에 집중하는 사업 형태다. 애드히론도 NRDO라 말 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신약개발에서 연구를 더 상위 가치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어 개발 전문회사를 낮게 보는 경향이 있다.  

브릿지바이오 사업모델은 글로벌에서는 일반화된 형태로 NRDO나 '가상통합형제약회사(VIPCO : Virtually Integrated Pharmaceutical Company)'라 한다. 이 같은 기업은 사내 소수 핵심인력만 두고 비임상, IND 승인 , 임상1상, 2상 등 신약개발 초기 단계를 글로벌 네트워크 연결 능력으로 해결한다. 이런 방식으로 개발의 가치를 높여 빅파마에 기술을 이전하거나, 합병 당하거나, IPO를 통해 필요 자본을 확충해 간다. 따라서 중요한 사업 역량은 글로벌 미래 시장을 꿰뚫어 적합한 후보물질을 찾아내는 혜안과 다양한 협력자들을 연결하고 조정하는 네트워크 능력이 있어야 한다. VIPCO는 '모든 것을 내가 직접한다'는 '완전통합형제약회사(FIPCO : Fully Integrated Pharmaceutical Company)'와 대칭되는 용어이자 형태인데, R&D 생산성 약화로 퇴조기미가 뚜렷하다.

브릿지바이오를 통해 개발 전문회사가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의 중요한 노드(Node)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보았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도 개발 전문기업에 대해 관점을 달리해 기술특례 상장의 문도 넓혀줘야 할 것이다. 알을 잘 품어 병아리를 탄생시키는 어미 닭의 가치가, 자기가 낳은 알만 품은 어미 닭보다 못한 것은 아니다. 요즘 신약개발은 임상개발 능력이라 할만큼 개발능력이 중요하다. 예전의 신약개발 방향성을, 양궁 선수가 한 발의 화살로 엑스 텐(10점)을 향해 도전하는 것으로 비유한다면, 최근 신약개발은 과녁을 옮기는 모험을 감행해서라도 엑스 텐을 조준한다고 할 수 있다. 드럭 리포지셔닝과 기존에 나와있는 면역항암제를 모든 암에서 듣도록 체내 환경을 바꿔가며 신약으로서 가치를 높이레는 시도가 그렇다. 브릿지바이오의 이번 쾌거는 연구나 발견과 같이 고부가가치를 만들어가는 개발도 중요한 것임을 충분히 일깨워 줬다. 금맥 발견과 연금술사가 보완관계로 가치를 상승시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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