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4-2|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이효선 책임연구원

“요즘엔 우스갯소리로 연구 잘하는 인력과 연구 능력이 다소 부족해도 영어로 업무 의사소통 가능한 인재가 있으면 후자를 뽑겠다고 해요.”

푸른 나무들로 둘러싸인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효선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바이오신약팀 책임연구원을 만났다. 사실 제약·바이오 연구원은 채용 요건으로 석사 학위를 기본적으로 요구하기 때문에 연구 분야만 맞으면, 별다른 요건이 필요 없을 것이란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제약·바이오 분야 연구원이 되기 위해 갖춰야할 역량은 의외로 ‘연구역량’ 뿐만 아니라 ‘어학능력’도 중요했다.

이효선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바이오신약팀 책임연구원

-취업준비생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소는 합성신약 파트와 바이오신약으로 나눠져 있는데, 저는 바이오신약팀에서 신약개발을 맡고 있어요. 주로 신약 후보물질 타깃을 발굴하거나, 그 타깃에 대한 밸리데이션(validation, 실험결과가 일관되게 나오는지 검증) 업무를 맡고 있어요. 주로 항암제 쪽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제약·바이오 산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저는 박사 학위를 마치고 산업계로 나왔어요. 저 역시 석사와 박사 과정의 기나긴 과정을 거치며 고민이 많았어요. 특히 학위 기간 내 가시적인 성과도 없어, 앞날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죠. 가시적인 성과를 볼 수 있는 일을 해 보고 싶었어요. 이런 측면에서는 학계에 남는 것보다 산업계로 나가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연스럽게 제 전공 분야와 맞는 제약·바이오 산업으로 취업하게 됐어요.”

-연구원은 주로 석사 이상이 기본 요건 이잖아요. 그만큼 연구역량이 중요하겠죠?

“물론 생명과학, 약대 등 연관 학과를 나와 전문성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죠. 하지만 요즘엔 어학능력도 중요해요. 단순한 어학 점수가 아니라 실제로 소통(communication)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죠. 저희끼리 우스갯소리로 연구 잘하는 사람과 영어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영어 잘하는 사람을 뽑겠다고 할 정도니깐요. 기본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영어 소통 능력이 중요해 졌어요.

최근 글로벌제약사와 기술이전 계약을 맺는 사례가 점점 늘면서 어학 능력이 더 중요해 진 것 같아요. 글로벌 빅파마와 심도있는 토의(discussion)를 해야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에요. 기술계약 당사자들끼리 실험 데이터를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점점 증가하고 있어요.”

-사실 연구원들은 영어로 논문을 읽거나 쓰는 작업은 익숙하잖아요. 실제 어학능력을 위한 회사 차원의 교육도 이뤄지나요?

“최근 화상영어, 전화영어, 원어민 선생님 수업, 어학원 교육비 지원 등 회사 차원의 지원도 많이 있어요. 저희의 경우 영어를 읽거나 쓰는 데 큰 어려움은 없어요. 그런데 실제 상황에서 소통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더라고요. 실제로 특정 기술이전 프로젝트를 위해 화상회의(teleconference)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정도의 소통 능력을 갖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죠.

이런 소통 능력은 하루 아침에 길러지지 않기 때문에 평소에 화상영어로 감을 익혀 두고, 필요하면 원어민 선생님을 회사에 모셔와 수업을 듣기도 하죠. 영어점수가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궁극적으로 협상에서 단순한 토론(discussion) 정도가 아니라 협상의 주도권을 잡을 만한 소통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채용 과정에서 어떤 점이 가장 기억에 남았나요?

“이전 회사에서 봤던 기술면접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기술면접은 주로 박사과정을 마치거나 경력직이 보는 면접 형태에요. 주로 제가 학위 기간 중 연구한 분야를 발표하는 형식이죠. 대부분의 취준생들은 여기서 자신의 연구 분야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할 거라고 생각할 거에요. 하지만 면접관이 보는 것은 그게 아니에요. 그 발표를 통해 보고 싶은 것은 ‘문제해결 능력’입니다.

제 경험을 말씀해 드리면 이렇습니다. 제가 이전 직장에서 기술면접을 봤을 때 면접관으로 들어오신 분이 제 발표를 듣고,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나는 당신의 전공은 잘 모른다. 내가 궁금한 것은 당신이 연구를 하며 겪은 어려움을 해결한 방식을 듣고 싶다'였어요. 저는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었어요. 당시에는 앞으로 취업을 하게 되면 그 부분을 생각해 보겠다고만 했어요. 이 분야에 취업을 준비하는 분이라면 한번쯤 생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 전무님께서 회사와 학교는 다른 곳이다라고 말한 것도 기억에 남네요.”

-사실 회사와 학교가 다르다는 말은 어느 분야에서나 많이 나오잖아요. 회사에 들어와 보니 학교와 무엇이 그렇게 다른가요? 연구를 하는 행위 자체는 비슷해 보이는데요.

“회사에 계신 분들이 연구자를 바라볼 때, '연구자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연구 분야에 몰두해 있을 것 같다'고 기본적으로 우려하는 것 같아요. 사실 학교에서는 지도교수와 합의만 본다면 연구자가 연구 주제를 선정하는데 자율성이 비교적 많이 보장되는 편입니다.

반면 회사는 ‘신약개발’이라는 목표가 강한 곳이죠. 연구자 개인의 연구 목표와 회사의 연구 목표가 일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자신의 연구과제 필요성을 상사에게 설득하는 능력도 중요합니다.”

-입사하게 되면 어떤 업무를 맡게 되나요?

“바이오신약팀 기준으로 말씀 드리면, 처음 들어오게 되면 실험 업무를 맡게 됩니다. 주로 분석 업무(in vitro assay, ELISA 분석 등)를 맡게 되죠. 주로 학위 기간에 경험했던 실험 업무를 하게 되는데, 상급자의 지도 아래 업무를 맡게 되죠. 석사 마치고 들어온 신입사원의 경우 실험도 중요하지만 서류작업 역시 중요합니다. 실제로 요즘에는 기술이전 계약이 많이 이뤄지기 때문에 실험 데이터를 반드시 남겨둬야 합니다.”

-맡고 있는 업무를 하루 일과 형식으로 설명해 주신다면요?

“일단 저는 중간 관리자이기 때문에 직접 실험에 참여하는 것보다는 서류 업무가 더 많아요. 출근하면 메일을 확인하고, 처리해야 할 일들을 정리한 뒤 우선순위대로 처리합니다. 또 각종 과제회의, 전략회의 등에 참석합니다. 이런 회의에 들어가기 전에도 문서들을 작성해야 하죠. 제 업무를 100%로 봤을 때, 문서 작업이 50% 이상, 회의 업무가 20% 내외, 실험업무가 20% 내외 정도 됩니다.”

-업무를 수행하면서 가장 보람있었던 순간을 말씀해 주신다면요?

“베링거인겔하임에 비알코오성 지방간염(NASH) 신약후보물질을 기술수출했는데 그 현장에 제가 있었다는게 큰 보람이에요. 특히 바이오신약팀에서 기술수출이 이렇게 크게 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제가 입사하기도 전에 논의가 시작됐던 프로젝트였고, 중간에 여러 우여곡절도 많이 겪었다고 들었어요.

이번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성공 경험을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사실 신약개발은 수많은 실패가 반복되는 분야잖아요. 그런데 기술이전 계약 체결이라는 성공의 열매를 맛보니, 우리가 하는 방식이 틀리지 않았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어요.”

-직장인으로서 제약바이오 산업의 비전을 이야기해 주신다면요?

“한미약품 기술이전 계약을 기점으로 글로벌제약사가 우리나라 제약사를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 큰 성과라고 봐요. 그들의 선택지에 대한민국이 있다는 것은 우리에겐 분명 큰 기회입니다. 앞으로 이런 기술이전 사례가 많이 나오고, 이 산업에 대한 투자가 계속 이뤄진다면 성장 가능성은 높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제약·바이오산업 취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와 유한양행 자랑 좀 해주세요.

“석사와 박사 과정을 거치게 되면 자신의 학문 분야만 집중하게 되는 경향이 있어요.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트렌드에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가령 면역항암제가 주목을 받으면서 면역학 전공학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어요. 취업박람회, 제약바이오 산업 전문지, 선배들과의 네트워킹을 통해 최신 산업 정보를 놓치지 않고 따라갔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연구 조직은 당장 매출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돈을 쓰는 조직으로 여겨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유한은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활발한 편입니다. 적어도 자금이 없다는 이유로 연구원이 제안한 프로젝트가 제약을 받는 사례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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