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hit| 고질적인 식약처 인력난에 던진 또다른 질문

#장면<1>

식약처의 계약직 심사인력 TO는 23명이고 이중 의사출신이 19명이다. 한 해 동안 검토하는 임상시험 계획서가 1300~1400건 정도. 심사관 업무는 이미 ‘턱 밑’에 찼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인력이 충원될때까지 국내 최초 개발 의약품에 심사인력을 집중하는 차선을 쓰겠다는게 식약처 서경원 의약품심사부장의 복안이었다. (2019. 4. 23)

#장면<2>

이번엔 직능 관점에 맞춘 주장이 나왔다. 국회 앞 1인 시위라는 방법을 쓴 사람은 식약처 임상심사위원으로 근무 중인 의사 출신 강윤희씨. 그는 임상시험 계획승인 뿐만 아니라 허가에서부터 안전성 관리까지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투입되어야 하는데, 미국이나 중국 등에 비해 식약처에 근무하는 의사 숫자가 턱없이 부족해 허가심사가 허술하고 시판후 안전관리에도 허점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2019.7.18.)

국회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임상심사위원 강윤희씨.
국회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임상심사위원 강윤희씨.

두 장면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식약처의 인력부족 문제. 식약처의 심사·허가인력의 절대적 부족현상은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공증받은 상태이다. 계약직 공무원 신분으로 다소 돌출적인 행동을 보였지만, 그의 주장은 인력부족 중 의사직능 충원의 필요성을 부각하는데 집중한 점만 다르다.

식약처 내 의사인력의 필요성은 10여년 전부터 이야기된 과제이다. 2008년경 첫 발을 뗀 의사출신 심사관 채용이 그 출발이다. 당시 윤여표 식약청장은 의사채용을 위해 청장인 자신보다 심사관 연봉을 더 높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4명의 전문의를 채용한 당시 식약처는 이들과 연봉 9600만원에 계약했다. 지금은 19명까지 늘었지만 심사관 대신 위원 명칭을 쓰고 근무지도 오송 대신 과천이라는 조건을 달아서 가능해진 일이었다고 한다.

공무원 절대부족에 시달리는 식약처는 인력충원을 위해 유저피(user fee)까지 고민하고 있지만, 정부기관별 형평성 문제에 부딪히면 추진력이 반감된다. 인력을 쓰는데 필요한 예산도 예산이지만 공무원 처우를 감내(?)하고 사명감으로 살겠다고 뛰어들 의사들을 찾는 일은 더 만만치 않다.

식약처 내 공무원들도 의사출신 필요성에는 대개 공감한다. 다만, 그들의 처우를 어느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인지에 대한 합리적 공감대를 설정하기는 쉽지 않다. 또 애써 채용하더라도 자신의 전문분야 외에는 손대지 않으려는 의사들의 근무태도를 지적하는 경우도 나온다. 이런저런 비판과 넘어야 할 난관이 있지만 전문성을 갖춘 의사들을 식약처가 흡수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이견이 없다. 그들의 전문성이 식약행정을 고도화시킬 것이라는 의견이다.

다만, 의사들의 전문성이 유일한 돌파구라는 식의 접근은 곤란하다. 미국 FDA의 의사출신 비율은 20% 정도라고 한다. 신약허가는 의사, 약사, 독성학자, 통계학자 등이 모인 팀플레이고 그 중심에 의사가 선다. 팀플레이를 이끌어가는 리더의 역할이지, 의사가 전부일 수는 없다. 식약행정은 여러 직능들의 협업에 의해 고도화된다. 의사출신의 빈자리가 크기 때문에 그 자리를 채우는 노력이 필요할 뿐이다. 일반행정직이 기술직 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최근의 식약처는 받고 있다. 이런 면에선 시대의 흐름과 식약처가 반대방향에 서 있는지 모른다.

식약처의 인력문제가 여느 때보다 두드러지는 것은 식약행정의 발전 측면에선 호기로 보인다. 강윤희 임상심사위원의 주장 중에는 개인적 경험을 앞세운 돈키호테적 발언도 있다. 그러나 그의 돌출행동이 인력부족의 하위 카테고리인 의사출신 부족현상을 다시 한 번 조명했다는 점에선 의미를 둬야 한다. 의사를 채용하기 어려운 현실적 난관은 둘째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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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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